1. 출동 나갔다가 들어왔다가… 100분짜리 영화 보는 데 5시간 반이 걸렸다.
2. 오늘이 D-100. 자축.
3. 골치 아프던 일 하나는 해결됐다. 그랬더니 또 하나가 터졌는데 요것만 해결되면 남은 100일은 살만하겠다.
4. 뒤늦게 작년 개봉작들 중 ‘베스트’로 꼽히는 것들을 좀 보고 있다. 불법으로 보고 있는 거라 좀 찜찜하긴 하다.
5. 오늘도 책을 못 읽었네? 그래도 밀린 영화리뷰를 써서 다행이라고 위안해 본다.
1. 출동 나갔다가 들어왔다가… 100분짜리 영화 보는 데 5시간 반이 걸렸다.
2. 오늘이 D-100. 자축.
3. 골치 아프던 일 하나는 해결됐다. 그랬더니 또 하나가 터졌는데 요것만 해결되면 남은 100일은 살만하겠다.
4. 뒤늦게 작년 개봉작들 중 ‘베스트’로 꼽히는 것들을 좀 보고 있다. 불법으로 보고 있는 거라 좀 찜찜하긴 하다.
5. 오늘도 책을 못 읽었네? 그래도 밀린 영화리뷰를 써서 다행이라고 위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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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로 오신 서장님. 업무보고를 파워포인트로 시킨다더라, 는 얘기가 있었다. 내가 서장님한테 업무보고할 일은 없으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할 수도 있었는데 그 소리를 듣고 불현듯 스친 생각이 “아, 그럼 이 사람들이 파워포인트를 우리한테 다 시키겠구만”이었다.
연시이고 하다 보니 업무보고를 하는데 진짜로 파워포인트로 시킨다. 그리고 진짜로 이 놈들은 파워포인트 해달라고 우리한테 자료를 갖고 온다. 보고해야 하는 간부는 자기 아래에 있는 비간부한테 시키고 비간부는 우리한테 들고 온다. 에라이.
2. 감기가 일주일 째 떨어지지를 않는다. 계속 코맹맹이 소리가 나서 무전날릴 때 민망하다. 구급차에서 무전을 날리는데 운전하는 직원이 주머니에 꽂아 둔 휴대용 무전기에서 내 목소리가 들린다. 분명 병원에 도착했다는 무전을 날렸는데 ‘나 감기 걸렸어요’라고 말하는 듯 했다.
3. 서장님이 바뀌었으니 홈페이지에 있는 서장님 인사말도 바꾼단다. 서장님 인사말이니까 서장님이 직접 쓰는 게 맞는데 그것마저 귀찮았는지 직원들한테 공모를 시킨다. 물론 우리한테도. 나랑 후임이 하나씩 써서 냈는데 내가 쓴 게 됐다. 그래서 무슨 상이 있냐면.. 피자 사 먹으라고 3만원 주더라. 우리소방서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인사말은 나의 인사말임. 물론 전혀 진심은 아닌.
4. 구급현장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환자의 90%는 술과 관계되어 있다. 물론 다루기 힘든 환자의 나머지 10%는 정말 위급한 상황의 환자인데 그런 환자를 다룰 때는 힘들다거나 어렵다는 생각할 겨를도 없다. 그런 환자를 이송하고 나면 그 시간 만큼의 공백이 생긴 느낌이다. 그냥 정신 없이 휙-하고 지나가니까 힘든 줄도 모른다.
그런데 이 술과 관계된 환자들, 그러니까 굳이 분류하자면 그냥 단순 만취자, 술 먹고 깽판 치다가 부상당한 환자, 알코올 중독 환자 정도인데 이 사람들은 전혀 응급환자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루기가 매우 곤란하다. 일단 말이 안 통하고, 웬만 해서는 병원에 안가려고 떼를 쓰며, 심지어 구급대원에게 폭언을 하고 폭행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짜증나는 건 이런 사람들의 대부분이 ‘비응급 환자’라는 거다. 그러니까 119를 부르지 않아도 병원에 충분히 갈 수 있는 사람이거나 병원에 갈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라는 소리. 이런 사람들이 새벽에 신고하면 정말 진이 다 빠진다.
아무튼 원래는 술이 진짜 왠수라는 소리를 하려고 했었다. 위에서 말했듯이 다루기 힘든 환자의 90%가 술과 관련돼 있고 사건, 사고 현장에서 비극을 접할 때마다 술이 관계된 경우가 무지 많다.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은 에피소드가 몇 가지 있지만 개인적인 일이므로 여기서는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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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 모든 것도 지나고나면 그저 한 순간에 불과하겠지..
1월에 마가 낄 것이라는 운세가 정확히 맞아 떨어진 꼴이 됐지만 이 생각으로 100일만 초탈해서 살자. 지나고나면 그뿐인 것을. 이제 혼나는 거에도 무감각해질 지경이구나. 왜 사냐건, 웃지요.
2. 불이 잘 안나니까 눈이 오고 지X이다.
3. 다시 손글씨로 일기를 쓰기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은 나흘째 하고 있다.
4. 미친듯이 깨지고 일하니까 열이 좀 내린 것 같기도 하다. 이거참, 좋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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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이 엄청 아프다. 부은 것 같다. 그제부터 열 나는 것도 이거 때문인 것 같다. 어제 해열제 먹고나서부터 열은 좀 내렸지만 목은 아무튼 계속 따가워서 죽겠다.
아무튼 이거 때문에 연휴 3일을 완전히 무기력하게 보냈다.
2. 두 달만에 불구경을 한 것 같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서 차 한 대가 전소.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불에 타고 있는 차 옆을 지나가는데 불이 뜨겁긴 뜨겁더라. 한겨울에 한여름의 열기를 느꼈다. 직원들이 물이 뿌리는 순간 연기가 고속도로를 온통 뒤덮어서 교통사고 또 날 뻔했다.
3. 소방 복제가 전면적으로 바뀌었다. 내 기억으로 예전에 경찰 복제 바뀔 때는 뉴스에도 나오고 그랬는데 소방 복제 바뀌는 거에 대해서는 조용하네. 소방이 경찰에 비해서 젬병이긴 하지만… 이건 좀.
아무튼 그래서 원래 쓰려던 말은 소방 복제는 바뀌어서 직원들은 다 바뀐 옷 입고 다니는데 우리 옷은 지급이 안되고 있다는 거다. 이런 빌어먹을. 본부 담당자가 바뀐 이후로 보급품이 제대로 나오는 게 없다. 쓸 데 없는 것만 잔뜩 나오고 있다. 옷 주겠다고 사이즈 조사해 간 게 8월인데 아직도 안나왔으니까 말 다 했다. 그 때 시간이 촉박하다고 빨리 사이즈 조사해서 보내라고 그렇게 닥달을 하더니만. 주황색 옷이 남색으로 바뀌었는데 우리만 주황색 옷 입고 출동 나가려니까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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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은 따갑고 머리는 지끈거리고 소화는 안된다. 고로 만사가 귀찮다.
2. 서장님이 새로 왔다. 권력, 권위 이딴 것들 진짜 지겹다. 줄줄이 서 있는 난초들. 빨간 날을 마다하고 찾아 오는 아첨꾼.
3. 식당 아줌마도 새로 왔다. 좋으신 분 같다.
4. 뚜렷한 목표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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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 계속 출동을 가느라고 1시쯤에 잘 수 있었다. 한 3시 쯤에 출동이 걸렸는데 갔다 와 보니 배가 미친 듯이 아팠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고통이었다. 화장실을 가라는 신호인가 싶어 화장실에 앉아도 봤는데 아무 반응은 없다. 새벽에 뭐 어떻게 할 수도 없고 해서 그냥 잤다. 4시쯤에 출동벨 울려서 다시 일어났는데 또 미친 듯이 아픈 거다. 아, 역시 어쩔 수가 없어서 갔다 와서 또 그냥 잤다.
6시 반, 교대시간이라 일어났는데 개운하지는 않아도 배 아픈 건 좀 낫다. 그러고 한 9시까지 잤는데 자고 일어나니까 별 탈이 없다. 자느라 아침을 못 먹어서 어제 사다 준 케이크를 먹었다.
그런데 점심 때부터 나머지 애들도 좀 이상하다. 후임 한 명이 머리가 아프다며 점심 때부터 앓더니 오후 내내 드러 누웠다. 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막내도 배가 아프고 열이 난단다. 어쩐지 평소 낮잠도 잘 안 자던 막내도 그러고 보니 계속 잤다.
처음엔 몰랐다. 후임은 그냥 머리 아픈 거고, 난 배아픈거니까 다르다고 생각했다. 근데 혹시 너네도 배 아프고 그러냐니까 그렇단다. 헐; 배 가운데 부분이 아프고 그러냐고 물었다. 혹시 새벽에 잘 때도 아팠냐고. 그렇댄다.
알고 보니 셋 다 증상이 똑같았다. 난 좀 낫는 줄 알았는데 지금 다시 배에서 전쟁 중이다.
곰곰히 돌이켜 봤는데 아무래도 밤에 셋이 같이 먹은 케이크가 문제인 것 같다. 빌어먹을 파X 바게트.무슨 케이크를 만들어 놓은 거야 이거. 근데 난 그걸 오늘 아침에 또 먹었단 말이다.
오늘 나름 크리스마스라고 셋이 모여 앉아 모노폴리도 하고 야식도 좀 먹고 그러려고 했는데 지금도 다 드러 누웠다.
크리스마스가 뭐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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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긋지긋한 곳.. 군인들은 제대하면 자기 부대 있던 방향으로는 오줌도 안 싼다는 소리가 있다. 정말 떠나고나면 떠올리기도 싫은 공간이지만 그래도 언젠가 이 곳을 다시 찾는다면 다 고마운 분들 때문일 거다.
언제나 엄마 대신인 식당 아줌마. 지난 추석 때는 우리들에게 양말을 잔뜩 사다 주셨었다. 아줌마 옆에서 후임이랑 양말이 안나온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그걸 들으시고 양말 몇 박스를 사다 주셨다. 아침에 출근 하시면서 식당에 있는 우리들한테 양말 박스를 안겨주시는데.. 나는 입대한 이후 처음으로 행복해서 눈물을 흘릴 뻔 했다. 장이 서는 날이면 찐빵이나 호떡 같은 걸 사다 주시고, 어쩌다가 센베이 과자 장수가 소방서에 왔다 가면 꼭 한 박스 씩 사서 우리를 주신다. 큰 아줌마는 나이가 많으셔서 올해로 일을 그만 두신다. 이제 얼굴 볼 날이 일주일도 안남았다. 안구의 습도가 열대우림 수준인 나.. 떠나가시는 날 바보처럼 울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막내 때부터 존칭 써 주시고(지금은 친해져서 반말 하시지만), 항상 동료처럼 우리를 대해주시는 소 소방사님. 소방서 내 여러 장비와 통신을 담당하고 계셔서 부족한 물품이 있거나 고장난 물품이 있을 때 늘 도움을 요청하는데 항상 군말 없이 척척 도와주신다. 얼마 전엔 내무실에서 쓰던 가습기가 고장 나서 혹시 동네에 A/S 맡길 곳이 없냐고 여쭤봤었는데 그제, 떡하니 새 가습기를 사다 주셨다.
나를 뚫어지게 쳐다 보시더니, “주호가 요즘 많이 늙어 보이네~” 라고 한 마디 하신다. 유치원 선생님들이 응급처치 교육 왔을 때 내가 아가씨만 좋아한다고 핀잔 주시던 조 소방사님. 오늘은 출동 나갔다 오는데 갑자기 빵집에 들르시더니 문을 탁탁 두드리면서 터프하게 “너 내려~” 하신다. 빵집에 따라 들어 갔더니 크리스마스니까 너네도 케이크 하나 먹으라면서 케이크 하나를 사 주셨다. 아마 지금까지 얻어 먹은 것 해도 오바 쪼금 보태서 작은 구멍가게 하나는 차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오늘도 우리를 챙겨 주셨다.
사회복무요원 진희. 유난히 붙임성이 좋아서 처음엔 좀 놀랐다. 그리고 훈련소에서 문구와 같이 있었다는 소리에 다시 놀랐고. 소방서에 먹을 게 생기면 늘 꼼쳐 두었다가 퇴근하는 길에 내무실에 들려 우리를 주고 간다. 엊그제는 간부 책상에 쌓여 있는 미에로화이바 두 박스를 챙겨서 우리를 갖다 주었고, 오늘은 센베이 장수한테 과자 한 박스를 사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우리한테 줬다(그래서 아줌마가 사준 것까지 과자 두 박스가 생겼다). 직원들이 일 시키면 항상 꿍시렁 대면서도 우리가 일 좀 도와달라고 하면 싱글벙글 웃으면서 도와 준다. 고맙다.
이 외에도 더없이 고마운 사람들은 많지만 에피소드를 쓰다 보니 이 정도만 쓴다. 진짜 답답한 사람들, 답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 권위주의로 가득 차서 늘 우리를 무시하는 사람들, 어떻게 하면 우리한테 자기 일 떠넘길까 고민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 때문에 이 곳이 지긋지긋하지만 그래도 따뜻하게 우리 챙겨 주시는 분들 덕에 웃는다. 우리 못 잡아 먹어 안달 난 사람들 얼굴 떠올리면 진짜 소방서 근처도 지나가기 싫지만 고마운 분들 덕에 늘 이곳을 다시 찾는 나를 상상한다.
상업주의로 물든 크리스마스, 커플들과 부모들은 등골이 휘고 백화점은 돈 세느라 바쁘다. 예수의 사랑은 잊혀진지 오래고, 돈의 가치로 환원되는 선물이 사랑을 대변한다. 보잘 것 없는 곳에서 태어난 예수의 탄생은 아랑 곳 없이 거리는 온갖 휘황찬란한 장식들로 가득하고 오늘도 차가운 방에서, 아니 방도 없이 사는 사람들은 그 휘황찬란한 빛이 만드는 더 큰 어둠에 가린다.
누군가는 크리스마스는 더이상 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다. “산타 할머니는 없다”라는 제목으로 글까지 쓸 생각이었으니까. 어느 순간 우리는 ‘산타’만 생각하고 산타가 상징하는 가치는 잊었다. 다행히도 올해는 그 가치를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어 다행이지만, 내가 그 가치를 전하지 못하는 듯 하여 또 안타깝다.
온 세상이 넘쳐나는 사랑의 나눔으로 따듯하다 못해 펄펄 끓어 올랐으면 좋겠다.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에 벅차 올라 모두가 행복에 겨워 펑펑 울어 버렸으면 좋겠다. 내가 너의 눈물을 닦고, 네가 나의 눈물을 닦으며 다시 또 눈물을 쏟아 냈으면 좋겠다.
예수도 웃고, 부처도 웃고, 공자 왈, 맹자 왈, 독배를 든 플라톤도 웃는다.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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